러시아 없는 유럽 가스 공급은 아프리카가 대신한다?

유럽의 에너지 안보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은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전례 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정책의 변화가 아닌, 유럽의 경제와 안보에 직결되는 중대한 과제입니다. 그동안 유럽 가스 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러시아산 가스 비중이 15% 미만으로 급격히 감소하면서, 유럽은 새로운 에너지 공급원을 찾아 전 세계를 탐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유럽의 에너지 지형도를 완전히 재편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노르웨이: 새로운 가스 공급 강자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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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루이지애나주 카메론 파리쉬 카운티 앞 항구에 정박해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들. <연합뉴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국과 노르웨이가 유럽 가스 시장의 새로운 주요 공급자로 급부상했습니다. 특히 미국은 LNG(액화천연가스) 수출을 대폭 확대하여, 현재 유럽 가스 수입의 절반을 차지하는 최대 공급국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는 미국의 셰일 혁명과 LNG 수출 터미널 확충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수출 확대가 더욱 커질것이라는 기대감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한편 노르웨이는 북해 가스전 개발을 가속화하고 PNG(파이프라인 천연가스) 수출을 확대하여 유럽 가스 수입의 30%를 점유하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두 나라의 부상은 유럽의 에너지 안보에 큰 도움이 되고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의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럽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있습니다.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서는 공급원의 다변화가 필수적이라는 인식 하에, 유럽은 더 다양한 에너지 공급처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유럽의 시선이 아프리카 대륙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특히 알제리와 나이지리아가 유럽의 새로운 가스 공급처로 주목받고 있으며, 이는 아프리카 국가들에게도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아프리카로 향하는 유럽의 시선

알제리는 이미 오랫동안 유럽에 PNG를 공급해온 주요 가스 수출국입니다. 특히 지리적 근접성으로 인해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남부 유럽 국가들의 최대 가스 공급국 역할을 해왔습니다. 알제리는 이러한 기존의 관계를 바탕으로 유럽과의 에너지 협력을 더욱 강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한편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최대의 천연가스 보유국으로, 현재는 주로 LNG 형태로 가스를 수출하고 있습니다. 나이지리아는 이러한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유럽의 새로운 주요 에너지 파트너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두 나라를 연결하여 유럽으로 가스를 공급하는 ‘트랜스 사하라 파이프라인’ 프로젝트’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는 나이지리아에서 알제리까지 4,000km에 달하는 대규모 파이프라인을 건설하여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직접 공급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실현된다면 유럽의 에너지 안보 강화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의 실현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과 기술적 과제, 그리고 여러 국가 간의 복잡한 정치적 협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모로코의 대안 노선 제안

그러나 이 프로젝트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모로코입니다. 모로코는 기존의 트랜스 사하라 파이프라인 계획에 대한 대안으로, 나이지리아에서 출발하여 자국을 경유해 유럽으로 연결되는 약 6,000km 길이의 해상 파이프라인 건설을 제안했습니다. 이는 알제리를 우회하는 노선으로, 아프리카 대륙의 서쪽 해안을 따라 가스를 운송하는 야심찬 계획입니다.

모로코가 이러한 제안을 한 배경에는 복잡한 지정학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알제리와 모로코는 오랫동안 앙숙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이 두 국가 간의 갈등은 서사하라 지역의 영유권 분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2021년, 양국은 이 문제로 인해 외교 관계를 단절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알제리는 서사하라의 독립을 지지하는 반면, 모로코는 이 지역이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복잡한 정치적 맥락에서, 알제리가 주도하는 트랜스 사하라 파이프라인 프로젝트가 실현될 경우 알제리의 지역 내 영향력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모로코의 대안 노선 제안은 이러한 알제리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동시에 자국의 지정학적,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유럽의 입장과 나이지리아의 전략적 선택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 국가들의 입장은 주목할 만합니다. 대체로 유럽은 모로코의 제안에 더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여러 요인에 기인합니다. 첫째, 모로코는 전통적으로 친서방 성향을 보여왔으며, 유럽과의 협력 관계가 긴밀합니다. 반면 알제리는 상대적으로 반서방적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둘째, 유럽의 관점에서 가스 공급원의 다변화는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중요한 전략입니다. 모로코의 제안은 이러한 다변화 전략에 부합하는 새로운 옵션을 제공합니다.

결국 이 복잡한 방정식의 해답은 나이지리아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나이지리아는 알제리와의 협력을 통한 트랜스 사하라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와 모로코를 경유하는 새로운 해상 파이프라인 프로젝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각 옵션은 나이지리아에게 서로 다른 전략적, 경제적 이점을 제공합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이 중요한 결정을 올해 말까지 내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에너지 안보와 지정학적 의미의 교차점

유럽의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쟁은 단순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복잡한 지정학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프리카 대륙 내의 세력 균형, 유럽-아프리카 관계의 재편, 그리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변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입니다. 앞으로 전개될 상황은 단순히 에너지 인프라 구축의 문제를 넘어, 국제 관계와 지역 정세의 변화를 예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 사안의 향후 전개 과정을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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