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새로운 형태의 니코틴 제품이 젊은 층 사이에서 급속도로 유행하고 있습니다. 바로 ‘니코틴 파우치’라는 제품인데요. 입안에 붙여 니코틴을 흡수하는 이 제품은 금연 보조제로 홍보되고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니코틴 중독의 관문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니코틴 파우치의 등장 배경과 현황, 그리고 그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니코틴 파우치, 무엇이길래 이렇게 인기일까?
니코틴 파우치는 말 그대로 니코틴이 든 작은 주머니 형태의 제품입니다. 잇몸과 입술 사이에 끼워 사용하는데, 연기나 냄새 없이 니코틴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죠.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ZYN(진)’이 있는데, 이 제품의 인기가 정말 대단합니다.
2014년 미국에 첫 출시된 이후 초기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2020년 이후 SNS를 통해 젊은 층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Z세대를 겨냥한 듯한 브랜드명과 마케팅 전략이 통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실제로 ZYN의 미국 내 출하량은 지난 6년간 연평균 119%씩 증가해 3억 3400만 개에 달할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니코틴 파우치의 인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사용이 간편하고 은밀하다는 점이죠. 담배나 전자담배처럼 연기를 내뿜지 않아도 되니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심리적으로도 몸에 덜 해롭다는 느낌을 줍니다. 또 젊은 층 사이에서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도 큰 요인입니다. SNS에서 인플루언서들이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따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니코틴 파우치의 인기가 우리나라 ‘불닭볶음면’ 열풍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제품의 특성과 SNS를 통한 입소문 마케팅이 젊은 층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 같아요. 다만 불닭볶음면과 달리 니코틴 파우치는 중독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담배회사의 ‘금연 솔루션’이라는데…정말일까?
흥미로운 점은 이 니코틴 파우치를 ‘금연 솔루션’이라고 홍보하는 주체가 다름 아닌 세계 최대 담배회사 필립모리스라는 사실입니다. 필립모리스는 2022년 ZYN을 개발한 스웨덴 회사를 무려 22조 원에 인수했는데요. 이는 ‘담배 없는 세상’을 위한 투자라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필립모리스는 최근 몇 년간 ‘탈담배’ 전략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CEO는 “2030년까지 담배를 완전히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죠. 그러면서 전자담배나 니코틴 파우치 같은 대체품을 ‘금연 솔루션’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런 전략 덕분에 필립모리스는 전 세계적으로 흡연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주가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올해만 40% 상승했다고 하네요. 이렇다할 조정 없이 꾸준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비연초 상품의 매출 비중도 계속 늘어 곧 6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런 필립모리스의 주장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과연 니코틴 파우치가 진정한 ‘금연 솔루션’이 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니코틴 중독을 조장하는 것은 아닐까요?
제 생각에는 이런 의구심이 충분히 타당해 보입니다. 왜냐하면 니코틴 파우치의 주 소비층이 기존 흡연자가 아닌 10대, 20대 젊은층이기 때문이죠. 원래 담배를 피우지 않던 사람들이 니코틴 파우치를 통해 니코틴에 중독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는 과거 담배 회사들이 ‘쿨한’ 이미지로 젊은층을 공략했던 마케팅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여요.
새로운 논란의 중심에 선 니코틴 파우치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서는 니코틴 파우치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민주당에서는 “어린이들을 니코틴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며 판매 규제 법안을 발의했죠. 반면 공화당에서는 “지나친 개입”이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더 복잡한 것은 이 제품이 아직 FDA(미국 식품의약국)의 정식 승인을 받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FDA를 관할하는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자가 백신 음모론자로 알려진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라는 점이 논란을 더하고 있습니다. 과학적 근거보다는 정치적 판단에 따라 승인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죠.
개인적으로는 니코틴 파우치에 대한 더 많은 연구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금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과 새로운 중독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 양쪽의 목소리를 모두 경청하고 철저히 검증해야 할 것 같아요. 특히 청소년들의 건강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니코틴 파우치를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제품에 대한 문제를 넘어, 공중보건과 기업의 이윤 추구, 그리고 개인의 선택권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에 대한 더 큰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제품들이 등장할 텐데, 그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지금부터 차분히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